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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리뷰]오직 두 사람 - 김영하
    리뷰 2018. 11. 14. 14:58

    오직 두 사람


    김영하(소설가) 지음



    <프롤로그>

    말 수가 적은 나에게 아내는 스페인 사람들의 장수 이야기를 꺼내며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오래 산다고 말을 좀 하라고 한다. 반면 말수가 적은 나에게 말이란 하다보면 술처럼 안심하고 양을 늘리면 실수하게 되는 것이었다. 두서없이 중요하지 않은 말을 쏟아내는 아내에게 '저런 말을 왜 하는 거지?' 가끔은 있지도 않은 말 속에 뼈를 찾다 혼나기도 한다.




    <오직 두 사람>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알고 있는 김영하 작가는 분명 냉철하고 시니컬한 남자였다. 그래서 "언니"를 부르며 시작하는 이야기의 시작이 조금 낯설었다. 모든 개인적인 관계가 불가능할 만큼 돈독한 부녀관계의 역사를 털어놓는 편지. 그리고 그 관계의 끝에선 불안과 기대가 소설의 주 이야기이다.

    주인공 현주는 자신을 뉴옥에 사는 중앙아시아 원어민의 이야기에 빗댄다. 미국으로 망명한 이들의 조국은 러시아로 통합되어 고유어 대신 러시아어를 사용하고 뉴옥에 이주한 원어민들 대다수는 언어를 잃거나 죽어 이 세상에 그 말을 사용하는 오직 두 사람이 남는다. 사소한 일로 둘이 의절하고 결국 한 명이 먼저 죽었을 때 아무와도 대화할 수 없는 고독. 최후의 원어민은 오직 두 사람만 남은 상황에서 "이제 그만 화해하지 그래."라고 참견할 사람도 없는 치명적인 다툼으로 수십 년 언의 독방에 갇히고 만다.

    유독 자신을 편애하고 자기가 따르던 아버지와의 관계에 갇혀 수없이 다른 가족들과의 교감에도 등을 돌리고 마는 주인공은 어쩌면 아버지라는 이상(어찌보면 허상)에 매달려 지극히 시시하고 찌질한 그러나 현실이고 평범한 일상을 비관하는 나이고 우리인 듯 싶다.

    문득 어두운 방에서 담배를 물고 글과만 씨름할 것 같았던 김영하 작가가 TV에서 박학다식을 뽐내던 장면을 보았을 때의 어색함이 떠올랐고, 아이들을 재운 후 휴대폰만 보는 나를 애타게 쳐다보는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에필로그>

    이 책엔 「최은지와 박인수」와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부터 「옥수수와 나」에서 정신병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 「아이를 찾습니다(김유정 문학상 수상작)」가 보여준 어떻게도 극복이 되지 않는 상실 등 7개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있다. 완전히 이해하기 쉽지 않았던 만큼 "대체 그래서 결론이 뭐지?"라는 생각도 남긴다. 책을 손에서 놓아도 마음 속에 남은 의문은 누군가와 내 언어가 마지막 남은 언어가 되지 않게 대화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아이땅 영업지원팀 김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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