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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리뷰] 이케아 디자인
    리뷰 2017. 3. 18. 19:02

    Prologue. 이케아의 성공비결은 디자인?

     이케아는 어떤 조사회사 보고서에서 '이케아의 실적을 보면 세계의 동향을 알 수 있다'라고 했을 만큼 영향력이 큰 세계 최대 규모의 가구 제조 및 판매 회사다. 우리나라에도 이케아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렸던건 2014년도 여름이 다가올 즈음이었던 것 같다. 연간 319억유로(우리나라돈으로 38조원이 넘음) 규모의 매출을 자랑하는 가구계의 공룡이라 불리는 이케아였기에 국내 가구업계에서 잔뜩 겁을 먹고 있는 분위기였던 기억이난다. 가구회사들은 저마다 대책을 마련하고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아이땅 디자인연구소에서도 당시 이케아 분석을 위해 상하이로 출장을 갔었던 적이 있었다. 어마무시한 규모의 매장에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쇼룸들과 수많은 제품들을 보며 이들의 덩치는 어떻게해서 이렇게 커졌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었다. 이 책은 이케아의 성공비결은 이것입니다 라고 결론 지어주는 책은 아니다. 스웨덴 현지 취재를 통해 이케아의 기획, 제품개발과정, 제조, 물류 그리고 카달로그와 광고를 만드는 과정, 아이디어가 톡톡튀는 홍보전략들까지 낱낱히 소개해주고 있고 그 모습들을 쭉 살펴보며 이케아가 왜 사랑받는지에 대한 이유들을 알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정말 성공비결이 디자인에 있는 것인가? 이 책은 이케아 기업이념인 '데모크레틱 디자인(democratic design)'에 그 성공비결이 있다고 말한다. 직역하면 민주주의적 디자인이라는 것인데, 우리가 보통 민주주의라는 말을 사용할 경우라 한다면 다수가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는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다. 평등한 디자인? 디자인으로 어떻게 평등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하고 의문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이케아가 말하는 디자인은 '모양'이나 '색'은 디자인 요소 중 하나일 뿐이고 '더 나은 생활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기 위한 수단'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역사적으로 산업혁명이 일어났던 때에 대량생산체제로 인하여 민주적 소비가 일어났던것처럼 이와 같은 현상을 현대식으로 풀어낸 것이 이케아의 기업이념이라고 해석된다. 예전에는 수준높은 디자인과 품질을 겸비한 제품을 중상층만 살 수 있었다면 이케아의 제품은 디자인이 뛰어난데 가격이 저렴하니까 서민계층도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의미하는 이 철학은 '모양', '기능', '품질', '지속가능성', '저렴한 가격'이라는 다섯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일상을 더욱 편하게 만드는 기능적인 상품, 안전하게 오래 쓸 수 있는 품질, 지속 가능성 모두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에게 잘 디자인된 상품을 제공하려면 가격이 저렴해야 합니다. 만약 이 다섯 가지 항목 가운데 어느 하나가 두드러지거나 빠져도 데모크래틱 디자인이 아닙니다 -부 매니징 디렉터 카타리나 뢰베나들레르, 이케아 오브 스웨덴


    이런 이케아의 민주적 디자인을 더욱 완성형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독자적인 평가시스템에 있다. 앞서 말한 데모크래틱 디자인의 다섯가지항목을 기준으로 상품 개발에 이용하고 있다. 각 항목을 정점으로 오각형 위에 점수를 매겨 균형이 잘 잡힌 것만 신상품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이 채점에는 상품 개발자, 엔지니어, 재료 조달 공급책임자, 상품 판매를 예측하는 광고 담당자, 고객대응을 맡는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도 참가한다. 디자이너가 아닌 이들의 힘을 빌려 객관적으로 평가함으로써 비로소 이케아다운 상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데모크래틱 디자인의 다음단계로는 사용자가 상품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현재는 소비자 가정을 방문해 조사하고 있지만, 상품을 개발할 때 사용자를 이케아 오브 스웨덴에 초대해 대화 형식으로 인터뷰를 하는 '포커스 그룹'방식, 소비자가 상품을 채점하는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이케아는 이렇게 기업이념을 실천하고 있다.



    이케아식 혁신의 비밀, 대담한 구두쇠
     '임원이라도 비행기는 이코노미 클래스, 제품을 운송할 때 비행기는 절대 사용하지 않고 해로나 육로만 쓴다. '공기를 운반하는 것은 죄악'이라는 생각 아래 조립식 가구를 '플랫팻(flat pack)'이라고 불리는 납작한 공간 절약형 패키지에 담아서 운송비를 줄인다. 때로 '구두쇠'라는 평을 들을 만큼 철저하게 비용을 절감하면서 더 싸게 더 좋은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이케아. 그러나 이케아에는 또 하나, 정반대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이 있다. 필요하다면 아낌없이 돈을 들이는 대담한 투자 전략을 펼친다는 것. 이를테면 판매하는 모든 조명기구의 LED화. 이케아는 일부 할로겐램프를 제외하고 백열등, 형광등 등의 판매를 모두 중지했다. 그 대신 판매 상품의 LED화를 단숨에 진행했다. "백열등 같은 상품은 여전히 수요가 있어서 놔두면 확실히 팔릴 겁니다. 그러나 한꺼번에 LED화를 진행해서 대량 생산을 해야 전력 소비가 낮고 유비지가 적게 드는 LED 조명을 싼 가격에 제공할 수 있습니다. 미래를 생각하면 과감하게 결단해야 했죠" 눈 앞에 이익에 달려들지 않고 늘 앞을 내다보며 투자하려면 중요한 때에 큰 투자를 할 수 있게 평소에 되도록 낭비를 줄이고 여유를 두어야 한다. -p.40


    "소비자의 이익으로 이어진다면 설령 당장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는 것이 이케아의 강점입니다."-매니징 디렉터 예스페르 브로딘, 이케아 오브 스웨덴 임원


    끊임없는 혁신, 개방적 제작환경
     이케아가 지금 꾀하고 있는 두가지 혁신 중 하나는 생활의 혁신, 나머지 하나는 소재와 기술의 혁신이라고 한다. 첫번째, 생활의 혁신이란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의 제품으로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지금보다 더?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아이디어도 대량생산하겠다는 이야긴것같다.) 그렇게 하기위해 총 면적 1만 5000제곱미터의 디자인센터가 만들어졌다. 1층에는 카페와 광장이 있고 매년 2000개 이상의 시제품을 만드는 공방을 배치했다. 2층에는 공방에서 만든 시제품을 포함한 모든 원형과 아이디어, 개발 중인 소재 샘플을 진열해서 한눈에 훑어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상품 개발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만든어 놓아 그곳을 방문하는 누구나 사내 모든 프로젝트의 개발, 진척 상황을 알 수 있다. 요컨대 2층은 이케아가 지향하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의 거점이다. 두번째 새로운 소재개발과 제조기술에 관한 혁신도 진행하는데 예를 들면 조립이 더 간편해질 수 있도록 나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조립시스템이랄지, 골판지 재질의 가구용 보드를 개발해 이케아에서 사용하는 골판지를 모두 회수해 가구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완전한 순환형 제조가 가능해지도록 하는 것 등이다.

    소재에 대한 투자, 누구나 디자인에 관한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데모크래틱 디자인 센터가 양 날개가 되어 새로운 제조업의 형태를 만들기 시작했다. 디자이너가 한층 풍성하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서 싼 가격만이 장점이 아니라 매력까지 겸비한 제품을 계속해서 만든다. -p.45~46


    아이디어를 형태로 만드는 두 개의 장소
     필자도 제품개발을 진행할 때, 컴퓨터로 어느정도 모델링이 끝나면 스케일감을 확인하기 위해 간단히 mock-up을 진행한다. 제품이기때문에 사용자가 어떤 사용감을 느낄지, 어떤 부분이 약한지 실제적으로 파악하려면 샘플링 단계는 필수적이다. 이케아매장에서 취급하는 상품 종류는 약 9,500개를 웃돌고, 매년 약 2000개의 신상품이 출시된다고. 150개나 되는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며 3년 후에 나올 상품을 디자인하는 이케아 오브 스웨덴에는 15명의 사내 디자이너가 있고 약 90명의 외부 디자이너와 함께 새로운 상품을 꾸준히 내놓는다고 한다. 이런 어마어마한 수의 상품 개발을 진행하면서 빠르고 쉽게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장소가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따라서 이케아는 두 개의 장소를 만들었는데 하나는 '프로토타입 숍'이고 다른 하나는 '테스트랩'이다. 프로토타입숍에는 텍스타일 프린터와 3D 프린터 등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소재로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 테스트랩은 프로토타입숍에서 만드 시제품이나 개발 중인 다양한 상품의 내구성 등을 테스트 할 수 있다고 한다.



    Epilogue. 모두가 이케아처럼 성공할 수 는 없다. 하지만?
     이케아 뿐만 아니라 세상에는 성공한 기업 혹은 브랜드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살아있는 신화이고 사람들은 그 비결에 집착하곤 한다. 우리회사가, 혹은 누군가의 회사가 모두 이케아처럼 한다고 해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필자가 이 책 뿐만 아니라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여러 다른 디자인 기업(대표적으로 애플, 무인양품, 닌텐도 등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의 성공담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그 기업만의 디자인적 철학과 비전이 있고 아주 영리하게 그 것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한다는 공통된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었다. 어디에선가 새로운 상품이나 사업을 시작하려고 할 때, 왜 우리나라에는 닌텐도 같은게 없느냐, 애플처럼 할 수 없느냐라고 얘기한다. 이런 기업의 성공담을 읽고서는 "이케아처럼 해보자."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드는 의문점. "그럼 정말 성공하는거야?" 대답은 글쎄다. 이케아 카피, 짝퉁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성공한 기업과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본질은 남들 하는 것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이념을 세웠고 그 것을 통해 어떠한 시련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으며 중심을 지켰는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땅 디자인연구소 백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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